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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김희선의 컷인] 깨져야 하는 것들을 깨기 위한 노력

때때로 처음은 시작을 뜻한다. 처음과 시작은 동의어가 아니지만, 가끔 유의어처럼 사용된다. '처음'이 등장했다는 건 '다음'이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27일, 대한축구협회(KFA·이하 축구협회)와 대한민국농구협회(KBA·이하 농구협회)가 나란히 역사에 '처음'을 하나씩 새겼다. 축구협회는 이날 사상 첫 여성 부회장을, 농구협회는 올림픽 구기 단체 종목 최초로 사상 첫 여성 사령탑을 선임했다. 종목과 분야는 달라도 각각의 역사에 최초로 남을 의미 깊은 '시작'을 한 셈이다. 축구협회는 27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부회장 6명과 분과위원장 5명, 이사진 11명 등 22명의 임원과 감사 2명을 선임했다. 부회장 명단에서는 홍은아(41) 이화여대 교수가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축구협회가 여성에게 부회장을 맡긴 건 처음이다. 홍은아 부회장은 2003년 한국인 최연소 국제심판 자격을 얻은 뒤 2010년 잉글랜드축구협회 여자 FA컵에서 비(非) 영국인 최초로 주심을 맡았다. 또 같은 해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개막전 주심으로 나서 한국인 최초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개막전 심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현역 은퇴 후 모교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로 일하며 FIFA 심판 강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임원 발표를 보면 예전과 달리 부회장 6명의 업무 영역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실무적인 부분에서 리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4년이었던 임원 임기를 2년으로 바꾼 것도 자신의 업무에 깊게 관여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은아 부회장의 업무 영역은 여자축구와 심판이다. 정몽규 회장이 취임사에서 첫손에 꼽은 과제가 여자축구 발전 및 저변확대인 점을 고려하면, 사상 첫 여성 부회장 선임의 의미는 한층 더 묵직해진다. 이사진에 합류한 신아영(34) 전 아나운서 얘기도 빠질 수 없다.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팬들 사이에선 그가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표팀 감독이 아닌 이사진 발표에 이렇게까지 관심이 집중된 것도 처음이다. 신아영 전 아나운서의 이사진 합류는 파격보다는 변화를 추구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사회는 축구계 전반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야 하는 의결기구로써 다양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관점에서 축구계의 현안들을 바라보고, 이를 이사회에서 반영하길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관에도 임원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 대학 출신자 및 재직자가 재적임원수의 20%를 초과할 수 없으며, 국가대표 출신이 20% 이상, 비경기인(학계·언론계·법조계 등)이 20%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축구협회가 하나의 새로운 변화를 시작한 날, 농구협회도 전주원(49) 아산 우리은행 코치를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최초'의 기록을 만들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인 전주원 감독은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인 농구, 배구, 축구, 핸드볼, 필드하키 등을 통틀어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 됐다.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한국이 여성 감독 체제로 나선 건 2018 평창 겨울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지휘한 새러 머리(캐나다)가 유일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단체전을 박세리가 이끌었으나, 골프는 단체 구기 종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홍은아 부회장 선임, 신아영 전 아나운서의 이사진 합류, 그리고 전주원 감독 선임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히 변화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시작에서 '처음'을 맡은 이들의 어깨는 늘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압박과 부담을 이겨내고, 다음으로 이어질 징검다리를 놓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유리천장도 깨지기 마련이다.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1.01.29 06:00
스포츠일반

[김희선의 컷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난타전을 기억하라

'난타전을 기억하라.' '반(反) 이기흥'이라는 저지선을 넘어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한국 스포츠가 전하는 메시지다. 기호 3번으로 출마한 이기흥 회장은 18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 수 1974표 중 915표를 획득, 46.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대한체육회는 앞으로 4년 더 '이기흥 체제'로 간다. 이기흥 후보 다음으로 기호 4번 강신욱 후보가 507표(25.7%)를 받았다. 기호 1번 이종걸 후보(423표·21.4%), 기호 2번 유준상 후보(129표·6.5%)가 뒤를 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2170명 중 1974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0.97%에 이르렀다. 4년 전 선거 때 기록한 63.49%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기흥 회장의 당선은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에 대항한 '반 이기흥' 세력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기흥 회장은 2위를 기록한 강신욱 후보와 400표 이상 차이를 벌려 '압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강신욱 후보와 이종걸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표 인원의 53.6%가 이기흥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기흥 회장이 지난 4년간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이룬 성과 못지않게 부족했던 부분들 역시 두드러졌다.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이 많았다는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후보 간의 도를 넘는 비난과 인신공격, 맞고소 등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됐다. 근거 없는 비난들은 차치하더라도,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대한체육회의 비전에 대한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이기흥 회장 재임 동안 반복된 스포츠 인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절반을 넘은 '반 이기흥' 표심이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다. 이기흥 회장도 체육인 교육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체육인 인성 교육을 다음 임기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스포츠 인권 존중을 위한 공약 실천에 힘을 쏟아야 한다. 폭로와 비난으로 얼룩진 선거는 체육계를 분열시켰다. 이를 빠르게 봉합하는 것도 이기흥 회장의 과제다. 진흙탕 싸움이 남긴 후폭풍을 정리하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 체육의 100년은 오늘부터 시작됐다"는 이기흥 회장의 당선 소감처럼, 한국 체육의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한다. 체육회 정관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로 선거를 치렀던 이기흥 회장은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체육회 업무에 복귀한다. 선거는 끝났고, 그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1.01.20 06:00
축구

[김희선의 컷인]갈 길은 먼데 마음만 바쁜 인천의 두 번째 헛발질

벌써 헛발질만 두 번째다. 간절함으로 똘똘 뭉쳐 강등 위기를 극복하기에 바쁠 시간, 연이은 헛발질로 앞길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감독 선임에 실패한 인천 유나이티드 얘기다. 인천 사령탑을 맡아 올 시즌을 시작했던 임완섭(49)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임중용(45)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팀을 이끄는 지금, 인천의 현재 성적은 여전히 최하위인 12위다. 인천은 14라운드까지 5무9패(승점5)로 K리그1(1부리그) 12개 팀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파이널 라운드 포함 27경기로 줄어든 상황에서, 절반도 채 안 남은 경기 수를 생각하면 인천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인천은 승강제 실시 후 매년 치열한 잔류 전쟁을 펼쳐왔지만, 한 번도 강등된 적 없어 '생존왕'으로 불렸다. 올해도 그 저력을 발휘하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시기에 인천은 또 한 번 삐끗했다. 5일 언론을 통해 이임생(49)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인천 사령탑에 오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천 구단은 이를 부정하지 않은 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늦어도 6일 오전 중으로 발표될 것"이라며 이 전 감독의 인천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동안 인천 사령탑 후보군으로 떠오른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이 전 감독이 선임될 거라는 소식에 축구계 인사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구단 고위 관계자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내부에서 잡음이 있다는 얘기가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여론은 물론 부정적이다. 수원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3주도 채 되지 않은 이 전 감독을 갑자기 새 사령탑 후보에 올리고, 계약까지 진행하려 했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 전 감독 선임설이 흘러나온 지 반나절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팬들은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느꼈고, 축구계는 인천의 미숙한 업무 처리에 헛웃음을 지었다. 인천 구단은 "(이 전 감독과) 연봉·계약 기간 등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견해차가 있었다"며 "이번 선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는 것도 협상 결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맥이 풀리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감독 선임이 이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미 감독 선임 문제로 한 차례 촌극을 연출한 인천이 할 말은 더욱 아니었다. 한 달 전 인천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49) 명예감독의 사령탑 복귀 요청을 받아들이고 선임을 검토했다.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백지화했다. 유 명예감독의 의지를 존중하는 건 좋으나, 투병 중인 그에게 지휘봉을 맡기려고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도 인천은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반나절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인천은 이 감독 선임 건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전 감독과의 협상이 이런 식으로 결렬된 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인천은 김봉길(54) 감독의 후임으로 홈 유나이티드(싱가포르)를 이끌던 이 전 감독을 선임하려 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 해임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때문에 이 전 감독이 계약을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인천은 미숙한 행정으로 두 번이나 제 살을 깎아 먹었다. 현재 인천을 지휘하고 있는 임 수석코치의 경우 P급 자격증이 없어 60일 동안만 감독대행을 맡을 수 있다. 임 감독대행 체제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인천은 두 번의 헛발질로 감독 선임 '골든타임'을 놓쳤다. 촉박한 시간 동안 감독 선임 작업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인천은 매년 위기를 맞으면서도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서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팀이다. '생존왕'이라는 별명은 양날의 칼처럼, 인천이 매년 강등 위기에 처하는 하위권이라는 뜻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는 저력의 팀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게다가 인천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스스로 먹칠을 했다. 올 시즌 1승도 없는 꼴찌라는 조건만 놓고 봐도 인천은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사령탑 선임 때마다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으니 어떤 감독이 선뜻 인천을 맡겠다고 나설까 싶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8.07 06:00
축구

[김희선의 컷인] 드디어 열린 심판 언론 브리핑,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되는 판정 상황에 대해 이번과 같은 공식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 심판 운영을 전담하게 된 대한축구협회(KFA)는 보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약속을 하나 했다. 판정 논란이 생길 경우, 심판위원회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소통하겠다는 약속이다. 단, 기준은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되는 판정이어야 한다. 10라운드 송범근(23·전북 현대) 백태클 논란 대신 11라운드 김민우(30·수원 삼성)의 골 취소 논란이 KFA 심판위원회의 첫 공식 브리핑 이슈로 결정된 이유다. KFA는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심판 언론 브리핑을 개최, 11일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전 후반 39분 김민우의 득점 취소 판정에 대해 설명했다. 1-1 상황에서 염기훈이 올린 크로스를 처리하던 포항 골키퍼 강현무(25)가 수비수 김광석(37)과 충돌해 넘어졌다. 흘러나온 공을 김민우가 슈팅, 골을 성공했다. 그러나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과정을 거쳐 김민우의 골을 취소했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김민우의 골 취소를 둘러싼 논란은 주말 내내 이어졌다. 정심 여부에 대한 질의와 의문이 쏟아지자 KFA는 매주 화요일로 예정된 판정소위원회에 하루 앞서 이 문제를 브리핑하기로 결정했다. 결론은 '정심'. 브리핑에 나선 KFA 심판위원회 원창호 위원장은 "해당 장면에서 문제가 된 타가트(27)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맞다. 상대 어깨선보다 타가트의 발이 더 안쪽으로 들어와있다"고 말한 뒤 "일반 영상으로는 불분명하지만, 백캠(골대 뒤에서 찍은 VAR 영상)을 보면 타가트로 인해 강현무의 시야가 명확히 차단됐다. 만약 강현무가 공을 보지 않고 있거나 쓰러지는 도중, 즉 플레이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시야 방해로 인해 행동하지 못한 만큼 오프사이드 조건인 플레이 간섭, 방해, 이득 3가지 중 방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처음에는 부심도 오프사이드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주심도 마찬가지로 골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VAR룸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인 것이 발견됐고, 일반 영상으로는 분별하기 어려워 백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이어 "심판들의 의견을 모두 확인했으며, 일반 영상으로 봤을 때 판정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수원 구단 관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첫 번째 심판 언론 브리핑은 '정심'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김민우의 골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은 이어졌다. 언론 브리핑이 처음 열린 만큼, 10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던 상주 상무-전북 현대전 송범근의 백태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KFA는 해당 장면에 대해 이미 "다양한 의견 있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주심 판정을 존중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소위원회 내부에서 이견을 낸 이도 있었지만, 정심 판정을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렵게 열린 첫 브리핑에서 송범근의 백태클 문제가 질의 된 이유다. 원 위원장은 "일반 영상에서는 송범근이 (태클로) 도전할 수 없는 위치라고 봤지만, VAR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송범근이 발끝을 세우는 동작이 없었고, 몸이 닿지 않고 들어갔다"며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문선민이 넘어진 이유는 송범근의 발등을 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우는 되고 송범근은 안되는' 심판 언론 브리핑의 구체적인 기준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송기룡 KFA 심판운영실장은 "내부적으로 세운 기준은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되는 판정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원 위원장도 "송범근의 경우 승패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아니었다. 많은 문의가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포항-수원 경기는 일반 영상으로 보면 심판들조차 판정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정도로 오해를 살 수 있어 많았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은 KFA가 판정 신뢰를 높이기 위해 활발하고 명확한 소통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는 부분이다.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해도 팬들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KFA의 기준이 팬들의 눈높이와 크게 다르다면 노력이 결실을 맺기 어려울 수 있다. KFA 홍보팀은 이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심판평가소위원회 결과를 공지하고, 논란이 되는 경우 매주 화요일 열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브리핑을 통해 설명을 진행한다. 보다 심각한 사안에 대해선 이번처럼 월요일에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판정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논란이 생겼을 때는 빠르고 정확한 설명으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KFA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14 06:01
축구

[김희선의 컷인] '유상철 복귀설 철회' 고뇌 끝에 악수 피한 인천

'유상철 복귀설'이 결국 없었던 일로 마무리 됐다. 끝없는 부진 위기 속에서 고민하던 인천 유나이티드도 악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임완섭(49) 감독과 결별한 인천이 유상철(49) 명예 감독 복귀를 추진했다가 결국 철회했다. 지난 27일 끝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9라운드 FC 서울과 '경인 더비'에서 0-1로 패하면서 구단 최다 7연패(2무) 위기에 빠진 인천은 임 감독과 28일 결별했고 다음날 유 감독 복귀설이 불거졌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강등 전쟁이 한창일 무렵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고, 투병 와중에도 인천 잔류를 이끌었다.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사임한 유 감독은 1월 명예 감독으로 추대됐다. 건강 문제로 팀을 떠나긴 했지만 유 감독은 올 시즌 꾸준히 인천 경기를 찾아 지켜보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최근 전달수 대표이사와 만나 복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의 복귀 의사가 워낙 강력했지만 그 못지 않게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인천 구단도 여기에 공감했다. 사실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인천 내부는 유 감독의 복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유 감독 복귀가 확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항암치료를 모두 마친 유 감독은 대외 활동도 가능하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하며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인의 강한 복귀 의지에 맞물려 건강 상태가 좋아진 점, 지난 시즌 강등권의 팀을 잔류로 이끈 경험과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병마를 이겨낸 유 감독이 돌아와 다시 한 번 팀을 잔류로 이끌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년 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되어 온 인천의 문제는 단순히 감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문제다. 더구나 유 감독은 아직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라 걱정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축구의 세계에서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프로야구 SK 염경엽(52)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경기 도중 쓰러진 게 불과 닷새 전이다. 물론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유 감독일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본 강등 전쟁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은 유 감독이 인천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유 감독이 정말로 그라운드에 돌아오는 건 또다른 문제다. 만에 하나, 시즌 도중 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되기라도 할 경우 인천이 맞닥뜨릴 후폭풍은 엄청나다. 사령탑을 또 교체해야 할 가능성도 있고, 아무리 유 감독의 복귀 의사가 강경했다고 한들 이를 선택한 건 구단인 만큼 책임 역시 면하기 어려워진다. 인천이 고심한 부분이다. 인천 관계자는 "주치의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호전된 것은 사실이나 감독직 수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감독님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복귀 의지를 불태운 유 감독의 책임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 리그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K리그도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이나 늦게 시즌을 시작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왜 축구가, 그리고 다른 스포츠가 멈췄는지 그리고 관중 없는 경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건강한 '유비' 유 감독을 더 오래 보고 싶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6.30 06:00
축구

[김희선의 컷인] 플로이드 사건과 인종차별, 스포츠가 피해갈 수 없는 화두

2019~2020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도르트문트와 파더보른의 경기가 열린 1일 벤텔러 아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관중석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제이든 산초(20·도르트문트)는 골을 넣자마자 침착하게 카메라 쪽으로 뛰어가며 유니폼을 벗고, 셔츠에 쓰여진 글씨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손으로 옷을 잡아당겼다. 도르트문트의 유니폼 색깔과 꼭 같은 노란 언더셔츠에는 'Justice for George Floyd(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정의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목이 짓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을 규탄하기 위한 세리머니였다. 옐로카드와 맞바꾼 항의의 세리머니 후, 산초는 보란 듯이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미국의 마지막 노예선이 서아프리카 해변을 떠난 지 160년이 지났다. 더이상 노예가 존재하지 않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해선 안된다는 법률이 제정된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UN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문을 채택하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종이나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와 민족적,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선언한 것이 1948년 12월 10일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에도 무수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2020년 6월이 된 지금도 세계는 플로이드라는 이름의 한 흑인 남성의 죽음 앞에 분노하고 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사망 사건이 아니었다. 미국 전역, 더 나아가 전세계에 내재되어 있던 인종차별 갈등에 불을 붙인 트리거였고, 미국 흑인 사회는 경찰의 무자비한 공권력 집행과 끝나지 않는 인종차별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유명인들까지 합류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중이다. 스포츠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리머니로 자신의 뜻을 밝힌 산초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설적인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는 플로이드의 모든 장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고,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적 비판을 자제해왔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매우 슬프고 진심으로 고통스러우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 유색 인종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한다"고 말한 조던은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에 저항하는 우리의 뜻을 표현해야 한다"며 "하나 된 목소리는 우리의 지도자에게 법률을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고, 그게 실현되지 않으면 투표로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산초보다 하루 앞서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하는 완장을 차고 나온 미국 축구선수 웨스턴 맥케니(22·샬케04) 여자 프로테니스를 대표하는 세리나 윌리엄스(39) F1 슈퍼스타 루이스 해밀턴(35)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축구계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22·파리 생제르맹)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29) 등 흑인 선수들은 물론 로코 볼델리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 게이브 케플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아담 웨인라이트(39) 피트 알론소(26) 등 백인 감독과 선수들도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와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리버풀은 아예 선수들이 홈 구장인 안필드의 센터서클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단체 사진을 올려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국가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은 것에서 유래한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다. 스포츠 선수들이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이유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스포츠계가 인종차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계에선 끊임없이 인종차별 관련 문제가 불거진다. 프로스포츠 시장의 세계화에 따라 선수들의 국제적인 이동이 늘어나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인종차별 문제로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전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대회 때마다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의 노력을 기울인다. 글로벌 스포츠의 대표 주자인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퇴출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종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 금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여러 인종이 함께 뛰는 유럽리그를 비롯해 대부분의 리그에서도 인종차별 행위는 엄격하게 다스려진다. 하지만 축구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안팎에서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파트리스 에브라, 마리오 발로텔리, 폴 포그바, 라힘 스털링 등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들은 무수히 많다. 아시아인인 손흥민(28) 역시 유럽 무대에서 뛰면서 지속적인 인종차별에 시달려 왔다. 스포츠 선수들이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1968년,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뒤 열린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200m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토미 스미스, 존 카를로스는 맨발로 시상대에 올랐다. 미국 국가가 울려퍼질 때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한 손을 들어올려 흑인 저항운동 '블랙파워'에 지지를 표시했던 두 사람은 이후 올림픽에서 추방됐고 귀국해서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당장 2016년, 무릎꿇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했던 캐퍼닉 역시 이후로 팀을 찾지 못한 채 무적 신세가 됐다. 이처럼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은 사라져야만 하는 일이며 스포츠계 역시 인종차별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6.03 06:00
축구

[김희선의 컷인] 걱정 반 설렘 반…개막 기다리는 K리그, 달라질 풍경들

설레는 만큼 걱정도 지울 수 없지만, 이제 정말 가시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막이 미뤄졌던 2020 프로축구 K리그가 본격적으로 개막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4차 이사회를 열고 2020시즌 개막일과 경기 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2월 29일 개막 예정이었던 K리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줄곧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던 연맹도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 대로 줄어들고,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완화돼 실외체육시설에서의 행사나 스포츠 관람은 무관중이나 소규모 경기로 점진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면서 개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현재로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5월 5일 이후 주말인 5월 9일 개막이 1안, 그 다음 주말인 16일 개막이 2안이다.어느 쪽이든 최소 5월 중순에는 개막할 수 있게 된 만큼, 코로나19로 축소가 불가피한 리그 일정을 27라운드(정규리그 22경기+파이널 5경기)로 치르는 대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1일자로 구단간 연습경기와 미디어 취재도 허용해, 개막을 앞둔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로써 기약 없이 개막만 기다리며 애를 태우던 구단들과 팬 모두 한숨을 돌리게 됐다. 물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올 시즌 K리그는 여러모로 예전과 달라질 예정이다. 일단 스케쥴이 바뀐다. 개막전 대진은 유지된다 해도 일정 자체가 축소된 만큼 세부적인 경기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또 개막 후에도 당분간은 무관중 경기로 치르고 추후 상황을 봐서 관중 입장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무관중 경기의 경우에도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이 백 명 단위를 넘기 때문에 달라진 환경을 인지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캐나다의 스포츠 채널인 CTV 스포츠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뀌게 될 스포츠의 세 가지 습관"으로 침을 뱉거나 (공 등에)바르기, 땀에 젖은 수건 관리,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꼽았다. CTV 스포츠는 "크리켓에서 스윙을 장려하기 위해 공에 침을 바르는 버릇, 테니스에서 볼 키즈가 수건을 건네주던 역할, 그리고 축구와 농구 등에서 하이파이브 등이 금지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이런 변화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21일 무관중으로 연습경기를 시작한 프로야구의 경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선수들간의 악수나 하이파이브, 경기 도중 침을 뱉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대신 박수를 치거나 팔꿈치를 부딪히는 것으로 대신했다. 경기 전후 상대팀 선수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던 모습도 사라졌고, 심판과 판독 요원들은 마스크에 장갑을 끼고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다. 개막을 앞둔 K리그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장면들이다. 축구는 몸싸움이 심한 종목의 특성상 선수들끼리 악수를 나누거나 어깨를 토닥이고 끌어안는 등 신체 접촉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리그가 개막하고 무사히 진행되기 위해선 몸에 밴 습관들을 내려놔야 한다. 개막 전까지 악수 등 신체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방안의 경기 운영 방침이 필요한 이유다. 중계나 취재 환경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연맹이 연습경기를 허용하고 그에 따른 취재 가이드라인을 새로 배포한 20일 이후로도 대부분의 구단은 취재나 대면 인터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또 비시즌 기간 동안 홈 구장인 스틸야드 일부 구역을 새로 단장한 포항 스틸러스는 아예 기자실에 비대면 인터뷰가 가능한 모니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해도 구단들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유관중 경기 때도 최소 1.5m에서 2m 가량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매뉴얼에 따라야 하는 만큼 지정 좌석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 지 머리가 복잡하다. 시즌권 환불과 경기장 내 스폰서 광고 문제 등도 해결이 필요하다. 팬들도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입장시 문진표 작성과 발열 체크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입장 전 사전조치를 유지하고, 관중들도 마스크 착용, 서포팅 자제 등 자발적인 참여로 안전 수칙을 준수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모로 예전과 다른 시즌을 앞두고 있지만, 축구 없는 봄에 지쳐있던 팬들에겐 K리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24 06:00
스포츠일반

[김희선의 컷인] '민망한 신인왕?' KBL 신인상 시상, 변화가 필요한 시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즌 조기 종료 후, 시상식을 남겨두고 있는 한국프로농구의 신인상 부문 수상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KBL은 잔여 경기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취소했지만, 주요 부문에 대한 시상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 시즌 KBL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MVP를 비롯해 각종 기록 부문 수상자 및 신인상에 대한 시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MVP 부문이 허훈(25·부산 kt)과 김종규(29·원주 DB)의 양강구도에 송교창(24·전주 KCC)의 추격세를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고, 신인상 부문의 경우 DB 김훈(24)과 창원 LG 박정현(24)이 수상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바로 이 신인상이다. 신인 중 최고 기량을 선보인 선수가 받는 상이 바로 신인상인데, 이번 시즌은 역대급 흉작이라는 평이 태반이다. 출전 가능 경기 수의 절반을 소화한 선수가 후보에 오를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경기 수가 줄어든 올 시즌은 43경기를 소화한 6개 구단의 경우 16경기 이상, 42경기를 소화한 나머지 6개 구단의 경우 15경기 이상 뛴 선수가 해당된다. 코로나19를 고려해 기준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서 후보에 오른 선수는 김훈과 박정현, 그리고 전성환(23·고양 오리온) 세 명 뿐이다. 그만큼 신인 선수들이 코트를 많이 밟지 못했다는 뜻이다. 후보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후보로 오른 선수들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 있다. 셋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김훈의 경우 23경기 출전 평균 2.7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와 경쟁하는 전체 1순위 신인 박정현의 성적은 20경기 2.2득점 2리바운드, 전성환은 24경기 출전 1.4득점에 0.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누가 받더라도 역대 신인상 계보를 잇기엔 민망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출난신인들의 활약이 저조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박정현을 비롯해 상위 순번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어급' 신인의 부재나, 선수 개개인의 부진을 떠나 신인 선수들이 자리잡기 어려운 환경이 이번 시즌 터져나온 것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1997년 리그가 창설된 이후, 선수들이 졸업하는 2월 이후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해왔으나 졸업예정자들이 뛸 수 있게 하기 위해 11월로 시기를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시즌 중에 치러지는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선수가 비시즌부터 조직력을 쌓아온 팀에 합류해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프로와 대학 선수들간 기량차가 커진 상황에선, 곧바로 리그에 출전시키는 것보다 종전처럼 2월에 드래프트를 개최해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기량 발전을 위해 더 낫다는 주장이다. 아니면 신인상 기준을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프로축구 K리그의 경우 프로 경험이 없는 그 해 신인 선수를 후보로 신인상을 시상하다가 중고 신인 논란 등이 거듭되면서 만 23세 이하, 국내·외 프로 출전 햇수 3년 이내 등으로 시상 기준을 바꾸고 상 이름도 신인상에서 영플레이어상으로 바꿨다. 프로야구 역시 당해년도 입단 및 최초 등록 선수에 5년 이내 누적 기록(투수 30이닝·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선수들이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신인상 후보 기준이 되는 조건을 넓힌다면 2~3년차 신인들의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인상은 선수 인생에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으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라 불린다. 신인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신인 선수들, 그 자신이 더 클 것이다. 당장 이번 시즌은 논란 속에서도 후보 세 명 중 누군가가 신인상을 받게 되겠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드래프트 날짜를 변경하든, 기준을 변경하든, 달라지고 있는 리그 분위기와 프로-아마간 기량차 등을 고려해 신인상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08 06:01
스포츠일반

[김희선의 컷인] 금메달보다 더 반가웠던 심석희의 미소

심석희(23·서울시청)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직장인'으로, 실업팀에 입단 후 처음 나선 무대에서 여유있게 금메달을 거머쥔 심석희는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가 "너무 오랜만이라서…"라며 웃음을 보였다. 금메달보다 더 반가운 환한 미소였다. 심석희는 1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겨울체전 쇼트트랙 여자 일반부 1500m 결승에서 2분37초2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2위 안세정(25·전북도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가 겨울체전에 출전한 건 오륜중학교 시절이던 2012년 이후 무려 8년 만. 자신의 통산 일곱번째 겨울체전에 나선 심석희는 네 번째 금메달(2009년·2011년·2012년·2020년)을 목에 걸며 실업무대 데뷔전을 완벽하게 마쳤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심석희가 시상대에서 메달을 목에 건 건 그의 표현대로 오랜만의 일이다. 고등학생 시절 출전한 2014 소치겨울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따내고 매 시즌 태극마크를 단 채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무대를 누빈 심석희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도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폭행 파문 속에서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하며 올림픽 2대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지만, 그 뒤로 심석희의 얼굴에선 미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1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마음 고생을 했고 4월에는 허리와 발목 통증으로 대표선발전을 포기하는 등 힘든 시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한동안 빙판과 떨어져 지내야했던 심석희가 다시 스케이트를 신은 건 지난해 10월 열린 제36회 전국남녀대회 때다. 6개월 만에 빙판에 복귀한 심석희는 한국체대 졸업을 앞두고 올해 1월 서울시청에 입단해 새 유니폼을 입고 겨울체전에 출전했다. 첫 경기 이후 "새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다"고 웃은 심석희는 "실업 선수로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이제 남은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겪고 돌아온 빙판은 심석희에게 더 각별하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1년 넘게 이어진 마음고생으로 미소가 사라졌던 그다. 그러나 "이제 실업 선수다. 학생 때와 느낌이 다르다"며 담담하게 답하는 심석희의 얼굴은 밝았다. "체력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멘탈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평온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스스로를 다잡은 결과다. 심석희의 다음 목표는 4월 열리는 대표팀 선발전. 지난 시즌 부상으로 반납했던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 위해 내달릴 심석희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계속 떠오를 수 있길 바라본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2.20 06:00
축구

[김희선의 컷인] 유상철의 세 가지 약속, 그라운드에서 피어날 기적

모두가 바라지 않았던 진실이 본인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자신의 건강과 관련해 무수한 소문에 휩싸였던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19일 구단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직접 자신의 상태를 밝혔다. 병명은 이미 소문이 무성했던대로 췌장암 4기. 유 감독이 올린 글을 읽은 한 축구계 관계자는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 확률이라도 아니길 바랐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유 감독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달 19일, 성남FC와 원정 경기가 끝난 뒤였다. 한창 강등 전쟁 중이던 인천은 무고사(27)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값진 승점 3점을 가져왔다. 힘든 경기였고, 소중한 승점이었기에 경기 후 쏟아진 선수들의 눈물에도 모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선수들의 표정은 단순히 강등 전쟁에서 따낸 승점 3점에 기뻐하는 모습이 아니었고, 벤치를 지키던 이들조차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지켜보던 이들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경기 내내 몸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던 유 감독의 안색과 어우러져 소문은 발빠르게 퍼져나갔지만, 사실을 알고 있던 이들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유 감독이 직접 얘기하기 전까진 누구도 그의 상태를 입 밖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문이 퍼지고 추측이 번지며 병명과 가족력이 공개되고, 구단은 '황달 치료를 위해 입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 발표를 내고 일단락을 냈다.그로부터 한 달, 이제 정규리그 종료까지 단 두 경기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유 감독은 자신의 병명을 공개했다. 팬들에게 직접 말해야겠다는 판단 끝에 '유상철 감독이 팬 여러분께 전하는 편지'를 썼다. 휴식기 동안 항암 치료를 받고 선수단에 복귀해 다시 강등 전쟁 앞에 선 유 감독은 "병원에 있으면서 역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걸 느꼈다. 계속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며 선수, 스태프들과 함께 그라운드 안에서 어울리고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한다"는 말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인천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남은 2경기서 사활을 걸고 잔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유 감독의 의사에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치료도 치료지만, 췌장암은 통증이 심한 병이다. 유 감독이 그라운드가 아니라 병원에 입원해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심어린 걱정이 쏟아졌다. 그러나 유 감독 본인의 의사가 굳건했다.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유 감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선수단과 함께하기를 선택했다.유 감독은 처음 인천 감독으로 부임할 때 팬들에게 '반드시 K리그1 무대에 잔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 성남 원정을 마치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 선수들에게 '빨리 치료를 마치고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이날 공개한 편지를 통해, 인천 뿐만 아니라 자신을 응원하고 함께 기적을 바라주는 팬들에게 세 번째 약속을 남겼다. "나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티겠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약속이다.두 경기를 남겨놓은 인천은 현재 승점 30점으로 10위. 11위 경남(승점29) 12위 제주(승점27)와 승점차가 각각 1점, 3점에 불과한 만큼 남은 경기서 순위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10위를 지켜내지 못하고 12위로 떨어지면 자동강등, 12위를 피하더라도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서야하는 일정이 기다린다. 유 감독의 몸상태를 생각하면 인천은 어떻게든 10위를 지켜내고, 그가 약속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기적은 그것을 믿는 자에게만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유 감독이 인천을 믿고 있는 만큼, 인천 선수단도 유 감독을 믿고 있다. 이제 유 감독의 세 가지 약속을 모두 이루기 위해, 인천 선수들이 남은 180분의 시간 동안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치료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오겠다'는 두 번째 약속을 지킨 유 감독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그의 세 번째 약속을 위해 인천이 더욱 간절해져야하는 순간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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